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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가 우는 소리를 들으라

남고비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홍그린 엘스는 장장 240km의 모래언덕이다. 알타이 산맥을 넘어온 고비사막의 모래들은 비행을 멈추고 이곳에서 숨을 고른다. 전생에 지은 업보를 알고 싶다면, 사구를 오르라. 모래톱을 따라 비굴하게 에두르지 말고 깎아지른 직벽으로 오르기 바란다. 세 걸음을 오르면 두 걸음이 미끄러져 내리고, 숨이 턱에 차오를 때쯤이면 무릎을 꺾고 네 발로 기어오르게 된다. 도로의 걸음이 다하고 사구에 오르면 알타이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맞이한다. 칼날 같은 모래톱들이 바람에 깎여 눈앞에서 움직이는 걸 보게된다. 그리고 바람의 악보에 따라 거대한 사구가 가슴 깊은 곳에서 떨어대며 우는 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별 아래 잠들라

고비는 별의 성지이다. 여름마다 별을 찾아 순례자들이 고비를 찾는다. 고비의 별은 그만큼 순도가 높고 황홀하다. 천공의 암부, 많은 별들로 채워진 밤하늘은 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힌다. 이런 밤이면 별 아래 누워야 한다. 몽골 보드카라도 한잔 걸치면 충만한 별들이 이중으로 겹쳐 보인다. 이마를 맞댄 별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상아 귀고리 소리를 낸다. 제발 별을 보며 내 별이니, 네별이니 사유하지 말라. 오롯이 놓인 별들에 손가락으로 선을 긋고 별자리 이름을 짓기보다는, 멀리 떨어져 있어서 빛나는 존재들의 아름다움을 생각하기 바란다. 아 참, 무수히 쏟아지는 별똥들의 타박상에 대비해 헬멧을 준비하기를….

꽃향기를 밟고 거닐라

‘어머니의 바다’라 불리는 홉스굴은 가을이면 노랗게 물드는 낙엽송들로 둘러싸여 있다. 99개의 강이 흘러든 홉스굴 호수에선 여름밤에도 난로를 피운다. 말을 타고 가로지르는 홉스굴 주변의 숲에는 여름을 기다려온 들꽃들이 일제히 꽃을 피운다. 꽃들을 밟고 지나는 말발굽에선 꽃향기가 묻어난다. 밤이면 홉스굴 호수로 내려앉은 별들이 두고 간 작은 꽃들이다. 천상화원의 꽃들로 뒤덮인 숲길을 흰색 갈기의 말을 타고 거닐어 보라. 차마 밟고 지나기 아까운 걸음이 향기롭게 스며들 것이다.

심심해 죽어 보라

돈뜨 고비를 지나면 아침에 출발하여 저녁에 이를 때까지 풀 한 포기 볼 수 없는 불모지를 만나게 된다. 끝없이 펼쳐진 반구의 황야는 붉은 빛으로 이글거리고, 신기루만이 가물거린다. 사면팔방 아무 것도 없는 불모의 황야에서 혼자 서 보라. 세상의 한가운데 덩그라니 놓여 있는 자신을 만나게 될 것이다. ‘불타는 골짜기’가 있는 바얀자크의 하루는 길고 뜨겁다. 볕을 가릴 수 있는 건 오로지 자신의 그림자뿐. 눈을 찔러대는 햇살은 시간을 버터처럼 늘어뜨린다. 게르의 그늘에 개와 양과 함께 몸을 늘어뜨린 채 할 수 있는 건 ‘심심해 죽는’ 것뿐이다. 바쁘기 그지없는 대한민국에서 오래 전에 잃어버린 ‘심심해 죽겠다’는 말을 되찾기 바란다.

노을이 붉은 초원에서 마두금을 들으라

마두금은 말머리가 새겨진 두 줄의 현악기이다. 산고에 시달려 새끼에게 젖을 먹이지 않는 어미 낙타를 울리고, 고려 여인에게 빠져 고향을 잊은 칭기스칸의 마음을 돌린 악기이다. 말총을 켜서 내는 애절한 마두금의 가락은 초원에서 들어야 제격이다. 검붉은 노을이 물든 초원에서 듣는 마두금 소리에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면, 낙타보다 못한 사람이다.